2001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슈렉’. 늪지대 괴물 슈렉이 왕자 대신 잠자는 숲속의 공주 피오나를 구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이 이야기의 큰 줄기였어요. 그간의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았던 동화적인 캐릭터에 비해 한층 진화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영화 내내 이어지는 재기발랄한 패러디도 흥미진진했지만, 관객들을 ‘슈렉’에 푹 빠지게 한 것은 놀랍도록 사실적인 인물의 모습과 움직임이었습니다. 특히 여전사로 변모한 피오나가 투구를 벗을 때 촤르르~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은 신기하리만치 자연스러웠고, 관객들은 마치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어요. 눈동자와 눈썹의 움직임, 한 올 한 올 흩날리는 머리카락, 얼굴 근육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 개발한 첨단 소프트웨어 덕분이었습니다. 슈렉은 영화 역사상 가장 입체적인 기술이라고 일컬어지는 인트루 3D로 제작되었는데요, 이 작품이 나오기까지 제작기간만도 무려 4년이 소요되었다지요? 셀 애니메이션에서 CG 애니메이션으로 진화한 계기가 된 슈렉은 애니메이션 판도를 바꾼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답니다.
 
영화 ’매트릭스’하면 생각나는 장면!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기 위해 허리를 한껏 뒤로 젖히는 주인공의 멋진 모습입니다. 현실에서, 평범한 사람이 시도하기에는 힘들어 보여요. 어떻게 촬영했을까? 궁금증이 절로 이는데요, 사실 이것은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컴퓨터애니메이터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합니다. 또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영화 ‘괴물’에서도 괴물이 한강변을 마구 달리며 선량한 시민을 낚아채가는 장면, 여주인공이 쏜 불화살에 온몸이 불 타 죽는 모습도 실제 촬영한 것이 아닌, 컴퓨터애니메이터가 만들어 낸 장면이랍니다.
컴퓨터애니메이터(computer animator)는 말 그대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전문가입니다. 보통 만화영화는 만화가들이 그림을 종이에 여러 장을 그려 그것을 빠른 속도로 넘기는 방법으로 만화를 만들지요. 그러나 컴퓨터애니메이터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채색도 하고, 그림을 움직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작업방식에 따라 2D컴퓨터애니메이터와 3D컴퓨터애니메이터로 분류되는데요. 2D컴퓨터애니메이터는 사람이 손으로 그린 그림을 스캔해서 컴퓨터로 채색과 편집하는 일을 합니다. 3D컴퓨터애니메이터는 처음부터 컴퓨터로 3차원적 영상을 만드는 일을 하지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각종 캐릭터를 만드는 모델링(modeling), 캐릭터에 색감과 질감을 입혀주는 맵핑(mapping), 그리고 캐릭터에 움직임을 주기 위해 일종의 골격을 만드는 셋업(set up), 캐릭터에 움직임을 주는 애니메이팅(animating), 완성된 각 장면에 효과를 주는 작업을 거쳐 카메라에 담아냅니다.
컴퓨터애니메이터로 일하려면,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디지털화 작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아주 뛰어난 그림 실력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데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컴퓨터를 통한 표현력, 창의력은 갖추고 있어야 해요. 또 컴퓨터애니메이터 분야 중에서도 모델링, 맵핑, 셋업, 애니메이팅 등 자신이 진출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이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을 좀 더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전문고등학교, 전문대학 및 대학교의 애니메이션 관련학과, 미술 관련학과, 디자인 관련학과, 컴퓨터그래픽디자인 관련 학과 등에 진학하면 이러한 지식과 기술 등을 교육받을 수 있습니다. 컴퓨터애니메이터가 되는 데 특별한 학력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 관련 교육기관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으면 사회 진출하는 데 좀 더 유리해요
컴퓨터애니메이터들은 주로 애니메이션 제작사, 게임개발사, 3D동영상제작전문업체 등에서 일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곳에서는 채용 시 이력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핵심기술을 가진 컴퓨터애니메이터가 요구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국내 3D애니메이션 시장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으로, 기술적으로나 비용 측면에서 상당히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해요. 또 시나리오 빈약 등 창작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 때문에 아직은 투자자들이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는군요. 그러니 3D애니메이션 기술이 활용되는 다른 곳으로도 눈을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뿐 아니라 온라인 게임, 교육용 비디오 등 인터넷을 이용한 각종 동영상물에 이르기까지 컴퓨터애니메이션을 활용하는 영역은 다양합니다.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3D애니메이션에 대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컴퓨터애니메이터가 더욱 두드러진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처음부터 애니메이션에 도전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슈렉에서 살짝 짜증이 난 슈렉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슈렉의 눈썹 위치를 미묘하게 움직인 컴퓨터애니메이터의 섬세한 표현력 때문이었어요. 컴퓨터애니메이터로 일하려면 기술과 지식을 갖추는 것만큼이나 표현력과 창의력도 중요하답니다. 평소에 주변 친구들을 관찰하는 것이 이러한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참을 수 없이 웃긴 일이 있을 때 웅재는 코를 찡그리면서 웃는구나’, ‘형식이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저절로 어깨춤을 추는구나’ 등 친구들의 행동을 기억해두었다가 캐릭터에 녹여내는 거죠!
컴퓨터애니메이터의 경우 카메라와 컴퓨터에 대한 총체적 지식도 필요하다고 해요.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능숙히 다룰 수 있어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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